정치에 발 담근 대가?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의 위기
1. 테슬라, ‘꿈을 사는’ 기업에서 논란의 중심으로
한때 테슬라는 전기차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 기업이었다. 단순한 자동차 브랜드가 아닌, 미래를 사는 플랫폼이자 기술적 이상을 함께 꿈꾸는 '비전의 상징'이었다. 전기차, 자율주행, 우주 탐사, 인공지능 로봇... 머스크가 제시한 꿈은 단순한 마케팅이 아닌 철학으로 소비자에게 전달됐다. 이 때문에 수익 대비 과도하게 높은 주가도 ‘꿈의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테슬라의 주가는 단 3개월 만에 2배가 올랐다. 시장은 머스크가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타고 더욱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그 상승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주가는 결국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고,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됐다.
그 배경에는 머스크의 정치적 행보가 있다. 그는 ‘도지(정부 효율 부서)’ 수장을 맡아 연방 공무원 수천 명을 해고하고, 미국 상원의원과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점점 정치 무대의 중심으로 들어섰다. 특히 민주당 소속의 참전용사 출신 상원의원에게 ‘배신자’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논란은 극에 달했다.
문제는 단순히 정치적 의견을 드러냈다는 게 아니다. 기업가로서의 본분을 잊고 정치에 너무 깊숙이 관여하고 있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이로 인해 테슬라의 브랜드 가치와 주가, 나아가 머스크 본인의 평판까지 모두 흔들리고 있다.
2. ‘멋진 차’에서 ‘정치적 상징’이 된 테슬라
예전에는 테슬라를 탄다는 것만으로도 ‘앞서가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친환경, 기술 혁신, 미래 비전… 테슬라는 단순한 자동차가 아니라 자기표현의 수단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미국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테슬라를 타는 것이 마치 트럼프의 MAGA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말이 퍼지고 있다. 환경과 혁신을 상징하던 테슬라가 정치적 편향의 이미지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유럽은 더 심각하다. 머스크가 트럼프 취임식에서 보여준 경례 제스처가 나치식 경례로 해석되면서, 독일 현지에서는 ‘하일 테슬라’라는 퍼포먼스까지 벌어졌다. 그가 독일 극우 정당 행사에 참석해 “젊은 세대는 홀로코스트의 죄를 짊어질 필요 없다”라고 발언한 것도 반발을 키웠다. 독일은 테슬라 유럽 기가팩토리가 있는 핵심 시장이다. 그런데도 판매량은 급감했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테슬라에 대한 정서적 반감은 눈에 띄게 커지고 있다.
사실 자동차는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이다. 아이폰이 기술력을 넘어서 애플의 철학을 공유하는 상징이 되었듯, 테슬라도 ‘꿈’을 소비하는 브랜드였다. 그런데 그 이미지가 무너지자, 소비자들이 느끼는 감정의 벽은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특히 정치색은 자동차 브랜드에 치명적이다. 자동차는 오랜 기간 사용하고,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소비재다. 여기에 정치적 낙인이 찍힌다면 많은 소비자들은 부담을 느끼고 이탈할 수밖에 없다. 머스크가 의도했든 아니든, 지금의 테슬라는 더 이상 모두의 브랜드가 아니다.
3. 저가형 모델 Y로 회복할 수 있을까?
머스크는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최근 저가형 모델 Y 출시를 선언했다. 기존 모델보다 크기를 줄이고, 생산비를 20% 이상 절감해 가격을 내리는 전략이다. 분명 가격 인하는 구매 진입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정말 문제는 가격 때문일까?
지금 테슬라가 잃은 건 단순히 ‘가격 경쟁력’이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감정적 신뢰와 미래를 함께 꿈꾸는 동반자적 이미지가 무너졌다는 것이 더 본질적인 문제다. 정치적 발언으로 인해 ‘좋은 차’가 ‘위험한 상징’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가격 인하만으로 고객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테슬라는 아직 제조업 기반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자율주행, 로봇 등으로 비전을 현실화하지 못한 상황에서 마진율은 여전히 7% 수준이다. 엔비디아, 애플처럼 탄탄한 수익 기반을 가진 기업들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테슬라는 여전히 꿈을 먹고사는 기업이다. 그런데 그 꿈이 오염되었다면, 테슬라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가격 인하가 아니라 잃어버린 브랜드 스토리를 회복하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정치 아닌 비전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
일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개인 브랜드를 가진 기업가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이룬 기술적 혁신은 분명 찬사를 받을 만합니다. 하지만 그가 가진 영향력이 정치에 활용될 때, 브랜드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우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는 여전히 훌륭한 차를 만들고 있고, 미래에 대한 기술력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 위에 덧씌워진 정치적 이미지는 소비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꿈을 사고 싶었던 소비자들이 떠나고 있는 지금, 머스크가 다시 정치가 아닌 비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그 선택은 테슬라의 미래를 좌우할 것입니다.